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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통계학자 조지 박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모든 모델은 틀렸지만 일부는 쓸 만하다."

 

모델이란 그저 어떤 것에 대한 '표현'입니다.

 

모델은 대개 단순화되어 있는데,

더는 단순화가 되지 않을 때까지 단순화시킨 것입니다.

 

영국희 수학자 엘프리드 화이트헤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함을 추구하되 그렇게 구한 답을 믿지는 마라."

 

많은 경영자가 본인이 그려낸 모델이 현실에서도 구현될 것이라고 가정하는 실수를 합니다.

모델은 현실에서 구현되지 않습니다.

모델은 그냥 안내자입니다.

제안입니다. 겉모습입니다.

 

그래서 다음에 누가 당신에게 모델을 제시하면, 일단 도전해보세요.

 

당신이 이후에 어떤 모델을 설계하게 되더라도,

굳이 그 모델을 신뢰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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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독방의무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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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역사 2월 13일



1668년 - 스페인이 포르투칼의 독립을 승인함.

포르투칼의 독립 : 1640년에 국가 복원 혁명이 일어나 포르투갈은 브라간사 공작 주앙을 포르투갈의 주앙 4세로 추대하며 독립을 선언한다. 그러나 에스파냐는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포르투갈 독립 전쟁이 일어난다.


1735년 - 조선 영조대왕의 세자 사도세자가 태어남.

사도 세자 : 장조(莊祖, 1735년 2월 13일(음력 1월 21일) ~ 1762년 7월 12일(음력 윤 5월 21일))는 조선의 왕세자이자 추존왕이다. 영조의 둘째 서자로, 효장세자의 이복 동생이며 정조의 생부이다. 흔히 사도세자(思悼世子) 또는 장헌세자(莊獻世子)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성은 이(李), 이름은 선(愃), 본관은 전주(全州), 자는 윤관(允寬). 호는 의재(毅齋)이다.


1951년 - 지평리 전투 시작함

지평리 전투 : 지평리 전투는 1951년 2월 13일부터 2월 16일까지 경기도 양평군 지평리 일대에서 원형 방어진지를 구축한 미국 2 보병사단 23연대전투단(Regiment Combat Team,RCT)과 23RCT에 배속된 프랑스 대대가 중국 인민해방군 39군과 3일간 벌인 격전이었다. 3일 동안 완전히 포위된 미군 23RCT와 프랑스 대대는 포위 3일째인 2월 16일에 미국 1 기병사단 5 기병연대 3대대를 주축으로 편성된 크롬베즈 특별임무부대에 의해 구출되었고, 중국군은 큰 피해를 입고 철수했다.


2004년 - 국회에서 이라크 추가 파병 동의안이 가결되다.

이라크 파병 : 한국의 경우 초기 미국의 파병요구에 보수세력을 중심으로 한 찬성론이 있었다. 물론 진보세력들은 반대. 반대측에서는 불필요한 전비의 사용은 물론, 이라크전이 명분없는 전쟁이므로 참전하였다가 주변 아랍국가들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이며, 자칫 테러의 위협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반대하였다. 반면 찬성측에서는 미국이 한국과는 각별한 관계의 최우선 우방국이며, 이라크에 대한 민주주의 전파 및 아랍지역의 평화라는 깃발 아래에 유럽의 국가들 역시 참전의사를 밝히는데 한국만 외따로 빠진다는 것은 곤란한 일이며, 이후 미국과의 외교가 난맥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찬성을 주장했다 나중에 무조건 파병반대가 아닌 비전투병, 대민지원 병력에 대해선 상당히 공감이야 하긴 했지만. 기왕 보내는 거 전투병 파병을 보내야지 전투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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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독방의무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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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은 그저 계획일 뿐입니다.

계획을 어딘가에 적어둔다고 이루어진다는 의미는 아니죠.

 

"어떤 전투 계획도 눈앞의 적에게는 소용이 없다."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의 말입니다.

(Colin Powell)

 

달리 말해, 계획은 이론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론과 실제 사이에는 아주 큰 차이가 있고요.

 

세계적인 복서이자 영화배우인 마이크 타이슨은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얼굴에 강펀치를 맞기 전까지는 누구나 다 계획이 있다."

 

모든 것은 항상 변합니다.

기획 단계에서 세워진 수많은 가정은 틀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은 맞지 않고요.

 

"오늘 강력하게 실행되는 좋은 계획이 다음 주의 완벽한 계획보다 낫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 조지 패튼 장군의 명언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합리적인 계획을 빨리 수립한 뒤에 바로 밀어붙이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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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모델은 틀렸습니다.  (0) 2017.02.14
Posted by 독방의무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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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기술(automatic writing, trance writing)



정령 또는 무의식이 지시하는 대로 글을 쓰는 행위를 말한다. 순식간에 의식적인 판단 없이 그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일어나기 때문에 ‘몽환 기술(dream writing)'이라고도 한다.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 무의식 속의 진짜 자아가 있는 잠재의식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믿는다. 일부 심리 치료사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의식 속에 억압된 기억을 해방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방식이 실제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인 분석은 아직 나오고 있지 않다. 자동 기술의 옹호자들은 그 과정이 타인의 지식이나 의식에 접속할 수 있다고 하며 나아가 본인의 잃었던 기억 등을 재구성하거나 영적인 기운을 해방시킨다고 주장한다. 심령술사 엘리 크리스탈은 우리의 의식 저편에 있는 진짜 자아가 우리와 끊임없이 소통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기술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19세기의 유명한 영매(spirit medium)인 알란 스미스(Alan Smith)는 자신의 자동 기술을 남들에게 보여줬는데 그것이 화성인들이 자신들에게 보내주는 메시지라고 주장하며 화성인용 알파벳을 고안해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녀의 주장을 검증한 심리학 교수 테오도르 플로노이에 의하면 그 화성인용 알파벳은 스미스의 모국어인 프랑스어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 했다.



이를 부정하는 사람들은 자동 기술이 자아 성찰과 글쓰기 연습에 유용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결국 하나의 아이들 놀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무의식적인 욕망과 생각들이 자동 기술로 표현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것보다 정교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무의식 속에 진짜 자아가 있다는 주장은 소위 말해 취중진담이라는 것과 격의 차이가 크게 없다고 한다. 자동 기술은 그것이 정확하고 체계적인 틀 내에서 평가될 때 가치가 있는데 그 자체만으로 어떤 고유의 순수한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그 외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식적인 행위의 순수성을 왜곡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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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독방의무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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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
출판
은행나무
발매
2011.08.22.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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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예찬과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담긴 불멸의 고전"

지은이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책소개 : 19세기 미국의 위대한 저술가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대표작 <월든>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를 더해가고 전 세계 독자들을 끊임없이 새로이 각성시키는 불멸의 고전이다. 그동안 국내에 수많은 번역본이 출간되었지만, 강승영 번역의 <월든> 2011년 개정판이 새롭게 출간되었다.

1993년 초판을 출간한 이래 지금까지 국내에서 약 30만 부가 판매된 <월든>. 번역자 강승영은 6년 전쯤부터 '생의 마지막 작업'으로 그 '결정판'이라 할 만한 것을 만들기 위해 미국의 소로우 학자들과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기존 개정 2판에서도 시정되지 못한 약 400여 곳의 단어 및 문장을 수정하여 이번 완결판을 내기에 이르렀다.

소로우는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으나 안정된 직업을 갖지 않고 측량 일이나 목수 일 같은 정직한 육체노동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을 선호했다. 이 책은 1845년 월든 호숫가의 숲 속에 들어가 통나무집을 짓고 밭을 일구면서 소박하고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2년간에 걸쳐 시도한 산물이다. 대자연의 예찬인 동시에 문명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며,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구속받지 않으려는 한 자주적 인간의 독립 선언문이기도 하다.

1852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 <월든>은 당시에는 별다른 주목을 끌지 못했지만, 오늘날 19세기에 쓰인 가장 중요한 책들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으며, 전 세계의 많은 독자들에게 읽히고 사랑받고 있다.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 미국의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법정 스님, 한비야 등 많은 이들을 감동시키는 동시에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해왔다.





#14
노동자는 단순한 기계 이외에 다른 아무것도 될 시간이 없다. 인간이 향상하려면 자신의 무식을 항상 기억해야 하는데, 자기가 아는 바를 수시로 사용해야만 하는 그가 어떻게 항상 자신의 무식을 기억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그를 평가하기 전에 그에게 가끔 무상으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주며, 우리의 강장제로 그의 기운을 복돋아주어야 하겠다.
인간성의 가장 훌륭한 면들은 마치 과일 껍질에 붙어 있는 과분 처럼 아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만 보존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그렇게 부드럽게 다루지 않는다.

#17
인류의 이른바 유희나 오락 밑에는 무의식적이나마 판에 박힌 절망감이 숨겨져 있다. 이것들 안에는 진정한 놀이가 없다. 왜냐하면 놀이는 일 다음에 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절망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 지혜의 한 특징이다.

인간의 주목적은 무엇이며, 인생을 살아가는 데 진실로 필요한 수단과 방편이 무엇인가 하고 교리문답식으로 생각해볼 때 사람들은 고의적으로 통상적인 생활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어떤 생활방식보다도 그것을 선호했기에 말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들은 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진정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특하고 건전한 품성을 가진 ㅏ람들은 오늘도 훤히 솟구쳐 태양을 잊지 않는다. 잘못된 고정관념은 지금이라도 버리는 것이 낫다. 아무리 오래된 사고방식, 혹은 행동방식일지라도 증명되지 않는 것을 믿어서는 안 된다.
오늘 모든 사람들이 진리라고 받이들이고 묵과한 것이 내일에는 거짓으로 판명될지도 모른다. 들에 단비를 내려줄 구름으로 믿었던 것이 한갓 견해라는 이름의 연기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듯 말이다. 노인네들이 불가능하다고 한 일도 여러분은 시도해서 이루어내고 있지 않은가?

#75
젊은이들이 당장에 인생을 실험해 보는 것보다 사는 법을 더 잘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또 있겠는가? 그렇게 하면 수학 공부만큼이나 그들의 정신을 단련시키게 될 것이다.

 

#99
나는 5년 이상을 이와 같이 오직 육신의 노동만으로 생계를 유지해왔다. 그 결과, 1년 중 약 6주일간만 일하고도 필요한 모든 생활비용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름의 대부분과 겨울 전부를 나는 순전히 공부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었다. 한때 나는 학교 경영에 갖은 노력을 기울인 적이 있었다. 그러나 비용이 수입과 맞먹거나 초과하는 것을 깨달았다. 왜냐하면 교육자다운 사고와 신념을 가져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직업에 맞는 복장을 하고 준비를 해야 했으며 그외에도 시간을 많이 빼앗겼던 것이다. 또한 같은 인간에 대한 사랑의 감정에서가 아니고 단지 먹고살기 위해서 아이들을 가르쳤으므로 그것부터가 실패하고 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1
내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 나갈 수 있으므로 값비싼 양탄자나 다른 호화 가구들, 맛있는 요리, 또는 새로운 양식의 고급 주택 등을 살 돈을 마련하는 데에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이런 것들을 얻는 것에 하등의 거리낌을 느끼지 않고, 또 일단 얻은 다음에 그것들을 사용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이나 실컷 그런 것들을 좇으라고 하라. 어떤 사람들은 부지런하고, 일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이 보인다. 또는 일하지 않으면 나쁜 길에 빠지니까 일에 몰두할 수도 있으리라.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현재로서는 할 말이 없다.
현재 누리고 있는 여가보다도 더 많은 여가가 생기면 어찌할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나는 현재의 일을 곱절로 늘리라고 권하고 싶다. 그래서 빚을 다 갚고 자유의 증서를 얻을 수 있도록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날품팔이가 가장 자유스러운 직업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 직업은 한 사람 먹고사는 데 1년에 30일 내지 40일만 일하면 된다. 게다가 그의 일과는 해가 지는 시점에 끝나며, 그 후의 시간에는 자기 노동과 관계없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이 궁리 저 궁리를 해야 하는 그의 고용주는 1년 내내 숨 돌릴 틈이 없는 것이다.

 

#129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인생을 의도적으로 살아보기 위해서였다. 다시 말해서 인생의 본질적인 사실들만을 직면해 보려는 것이었으며, 인생이 가르치는 바를 내가 배울 수 있는지 알아보고자 했던 것이며, 그리하여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된 삶을 살았구나 하고 안타까워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나는 삶이 아닌 것은 살지 않으려고 했으니, 삶은 그처럼 소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 불가피하게 되지 않는 한 체념의 철학을 따르기는 원치 않았다.
나는 인생을 깊게 살기를, 인생의 모든 골수를 빼먹기를 원했으며, 강인하게 스파르타인처럼 살아, 삶이 아닌 것은 모두 엎어버리기를 원했다. 수풀을 넓게 잘라내고 잡초들을 베어내어 인생을 구석으로 몰고 간 다음에, 그것을 가장 기본적인 요소로 압축시켜서 그 결과 인생이 비천한 것으로 드러나면 그 비천성의 적나라한 전부를 확인하여 있는 그대로 세상에 알리고, 만약 인생이 숭고한 것으로 밝혀지면 그 숭고성을 스스로 체험하여 다음 여행 때 그에 대한 참다운 보고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이 악마의 것인지 또는 신의 것인지 이상하게도 확신을 갖지 못하고 있으며, 사람이 사는 주요 목적은 '하느님을 찬미하고 하느님으로부터 영원한 기쁨을 얻는 것'이라고 다소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 같다.

 

#133
이런 가정과 이런 국가(파산 상태?)에 대한 유일한 구제책은, 엄격히 절약하고 스파르타인들 이상으로 생활을 간소화하고 목표 의식을 향상시키는 것 뿐이다.

 

#134
왜 우리들은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 가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다. 일, 일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할 중요한 일 하나 하고 있지 않다. 단지 무도병에 걸려 머리를 가만히 놔둘 수가 없을 뿐이다.
내가 만약 불이 난 것 처럼 지금 교회의 종을 몇 번 치기라도 하면 콩코드 주변의 자기 농장에서 일하는 모든 남자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그처럼 여러 가지 일로 바쁘다고 변명하던 이 남자들은 물론 아이들과 여자들까지도 만사를 제쳐 두고 종소리를 듣고 달려올 것이다. 그러나 진실을 말하자면, 불을 끄려는 것보다는 불구경을 하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어차피 타버릴 것이라면, 또 불을 낸 것은 우리가 아니니까 하면서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불 끄는 것을 구경하고 그 작업에 한몫 끼려는 것인데, 왜냐하면 불끄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는 불타는 건물이 마을 교회라도 상관이 없는 것이다.

#135
그리고 나는 신문에서도 기억해 둘 만한 뉴스를 읽은 적이 없었다. 어떤 사람이 강도를 당했다든가, 살해는 당했다든가, 사고로 죽었다든가, 어떤 집이 불에 타고, 어떤 배가 침몰하고, 어떤 증기선이 폭발했다든가, 어떤 소가 서부 철도 노선에서 기차에 치이고 어떤 미친개가 죽임을 당했다든가, 겨울에 메뚜기 때가 나타났다든가 하는 신문에 실린 소식은 두 번 읽을 필요가 없다. 한 번이면 충분하다. 원칙만 알면 되지 무수한 실례와 응용을 구태여 들을 필요가 무엇인가? 철학자에게 소위 뉴스라는 것은 모두 가십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을 편집하거나 읽는 사람은 차나 마시고 있는 늙은 부인네들뿐이다.

#137
뉴스가 도대체 무엇인가? 그보다는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 것을 아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속임수와 기만이 가장 건전한 진실로 존중을 받고 있으며, 반면에 진실은 거짓으로 여겨지고 있다. 만일 사람들이 진실만을 똑바로 보고 속임수를 용납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과 달리 동화나 아라비안나이트의 이야기처럼 즐거운 것이 될 것이다. 만약 우리가 필연적인 것과 당연히 존재할 권리가 있는 것만을 존중한다면 음악과 시가 거리에 흘러넘칠 것이다. 우리가 서두르지 않고 분별력을 발휘할 때, 오직 위대하고 가치 있는 것들만이 항구적이고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며, 사소한 두려움이나 사소한 쾌락은 참된 현실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 숭고한 진리는 항상 우리에게 용기를 준다.


#140
하루를 자연처럼 의도적으로 보내보자, 그리하여 호두껍질이나 모기 날개 따위가 선로 위에 떨어진다고 해서 그때마다 탈선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일찍 일어나서 식사를 하든 또는 거르든, 아침에는 차분하게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자. 손님이 오든 또는 가든, 종이 울리든, 아이들이 울든, 단호하게 하루를 보내도록 하자. 왜 우리가 무너져 내려 물결에 떠내려가야 하는가? 정오의 얕은 모래톱에 자리 잡은 점심이라는 이름의 저 무서운 격류와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자. 이 위험을 이겨내면 당신은 안전한 데로 돌아서게 된다. 나머지는 내려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144
학생들이 호메로스나 아이스킬로스를 그리스어로 읽더라도 사치나 무절제에 빠질 염려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책들을 읽는 동안 거기에 나오는 영웅들을 어느 정도 본받으려고 노력할 것이고 또 아침 시간을 독서로 보낼 테니까 말이다. 영웅들을 그린 이런 책들은 비록 우리의 모국어로 인쇄된 것이지만, 타락한 시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사어(죽은)처럼 잘 이해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지혜',와 '용기'와 '관용'과 같은 관념에도 우리의 일상 용법이 허용하는 것보다는 더 큰 의미를 부여해 가면서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의 뜻을 열심히 찾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날 염가의 대량 출판이 자리를 잡고 그에 따라 많은 번역물이 나왔지만 영웅을 그린 옛 작가들에게 우리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접근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과거와 다름없이 외로워 보이며, 그들의 책들이 인쇄된 글자는 여전히 진귀하고 신기하게 보인다. 당신이 젊은 날의 소중한 시간을 바쳐 몇 마디나마 고전 어휘들을 공부하는 것은 충분한 가치가 있는 일이다. 이 어휘들은 거리의 천박함을 넘어서서 당신에게 영원한 암시와 자극을 줄 것이다. 농부가 자신이 주워들은 라틴어 몇 마디를 기억하고 되뇌어보는 것은 결코 쓸데없는 짓이 아닌 것이다.
때때로 사람들은 고전 연구가 더 현대적이고 더 실용적인 학문에게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탐구적인 학생은 그것이 어떤 언어로 쓰였고 얼마나 오래되었고 간에 항상 고전을 연구할 것이다. 인류의 가장 고귀한 생각을 기록한 것이 고전말고 또 무엇이겠는가? 고전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는 유일한 신탁(믿을신, 부탁할탁)이며, 그 안에는 가장 현대적인 질문에 대하여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의 신탁이나, 도도나에 있는 제우스 신의 신탁도 밝히지 못한 해답들이 들어 있다. 고전 연구를 그만두는 것은 자연이 낡았다고 해서 자연 연구를 그만두는 것이나 다름없다.
독서를 잘하는 것, 즉 참다운 책을 참다운 정신으로 읽는 것은 고귀한 '운동'이며, 오늘날의 풍조가 존중하는 어떤 운동보다도 독자에게 힘이 드는 운동이다. 그것은 운동선수들이 받는 것과 같은 훈련과, 거의 평생에 걸친 꾸준한 자세로 독서를 하려는 마음가짐을 요청한다. 책은 처음 쓰였을 때처럼 의도적으로 그리고 신중히 읽혀야 한다.

#150
위대한 시인들의 작품은 아직 인류에게 읽힌 적이 없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오직 위대한 시인들만이 읽을 수 있으므로, 만약 그 작품들이 읽혔다면 그것은 대중들이 별을 읽듯이, 다시 말해서 천문학적으로가 아니고 점성술적으로 읽혔을 것이다. 사람들은 장부를 기입하고 장사에서 속지 않기 위해서 셈을 배운 것처럼 하찮은 목적을 위해서 읽기를 배운다. 고귀한 지적 운동으로서의 독서에 대해서 그들은 거의 또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그것만이 진정한 의미의 독서인 것이다. 자장가를 듣듯이 심심풀이로 하는 독서는 우리의 지적 기능들을 잠재우는 독서이며 따라서 참다운 독서라고 할 수 없다. 발돋움하고 서듯이 하는 독서, 우리가 가장 또렷또렷하게 깨어 있는 시간들을 바치는 독서만이 참다운 독서인 것이다.

#152
티틀 톨 탄을 써서 유명해진 작가의 새로운 작품, 중세의 로맨스를 매월 분할 출간할 예정임! 선풍적인 인기! 혼잡하오니 한꺼번에 오지 마시기 바람. 사람들은 눈을 접시처럼 뜨고 원시적이고 긴장된 호기심을 가지고 이 소설들을 읽어 나가는데, 위장의 모래주머니는 조금도 피곤한 기색 없이 어떤 책이든지 잘도 소화시킨다. 마치 여섯 살짜리 꼬마가 금박 표지를 한 2센터 짜리 신데렐라 이야기를 열심히 읽어 나가듯이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런 책들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내가 보기엔 발음이나 엑센트나 강조에 조금도 발전이 없고, 이야기로부터 어떤 교훈을 끄집어내든가 아니면 집어넣든가 하는 기술도 전혀 늘지 않는다. 이런 독서 취향은 결과적으로 시력의 감퇴, 혈액 순환의 장애 그리고 지적 능력의 전반적인 위축 내지는 퇴보만을 가져온다. 그런데도 이런 종류의 '생강빵'은 진짜 말이나 옥수수로 만든 빵을 제치고 어느 집의 부엌에서나 매일 열심히 구워지고 있으며 시장성도 더 확실한 것이다.

#154
나는 우리 콩코드 땅이 배출한 인물들보다 더 현명한 사람들과 사귀기를 갈망한다. 비록 그들의 이름이 이곳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더라도 말이다. 플라톤의 이름을 듣고도 언제까지 그의 저서를 읽지 않을 것인가? 그렇다면 그것은 플라톤이 바로 우리 마을 사람인데도 내가 그를 한 번도 만나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며, 그가 바로 옆집 사람인데도 그의 말을 들어보지 못하고 그 말의 예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런데 실상은 어떠한가? 플라톤의 대화편은 그의 영원불멸한 지혜를 담은 책이며 바로 옆 선반에 놓여 있는데도 나는 그 책을 거의 들추지 않는다.
우리는 버릇이 없고 무식하며 천박한 삶을 살고 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책을 전혀 읽지 못한 사람의 무식과, 어린애들과, 지능이 낮은 사람들을 위한 책만 읽는 사람들의 무식 사이에 그리 큰 차이를 두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194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지내는 것이 심신에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사람들이라도 같이 있으면 곧 싫증이 나고 주의가 산만해진다. 나는 고독만큼 친해지기 쉬운 벗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개 방 안에 홀로 있을 때 보다 밖에 나가 사람들 사이를 돌아다닐 때 더 고독하다. 사색하는 사람이나 일하는 사람은 어디에 있든지 항상 혼자이다. 고독은 한 사람과 그의 동료들 사이에 놓인 거리로 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버드 대학의 혼잡한 교실에서도 정말 공부에 몰두해 있는 학생은 사막의 수도승만큼이나 홀로인 것이다.

농부는 하루 종일 혼자 밭에서 김을 매거나 숲에서 나무를 베면서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일에 몰두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밤에 집에 돌아오면 여러 가지 생각이 나서 방 안에 가만히 혼자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하루 종일 혼자 있었던 것에 대해 스스로 보상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하여 사람들을 만나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그러므로 농부는 학생이 밤과 낮의 대부분을 집에 있으면서 어떻게 권태와 우울증을 느끼지 않나 의아해 한다. 농부는 학생이 집에 있더라도 농부처럼 그 나름의 밭을 갈고 그 나름의 나무를 베고 있으며, 그런 다음에는 좀 더 집중된 형태이긴 하지만 농부와 똑같은 휴식과 사교를 찾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195
대체로 사람들의 사교는 너무 값싸다. 너무 자주 만나기 때문에 각자 새로운 가치를 획득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이다. 우리는 하루 세끼 식사 때마다 만나서 우리 자신이라는 저 곰팡내 나는 치즈를 서로에게 맛보인다. 이렇게 자주 만나는 것이 견딜 수 없게 되어 서로 치고받는 싸움판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는 예의범절이라는 일정한 규칙들을 협의해 놓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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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독방의무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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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 자본주의 시스템의 승자가 되는 법

조지 소로스는 자신의 투자 성공 비결을 '철학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저서 '금융의 연금술'등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 나는 철학자의 눈으로 금융시장을 보았고, 그 결과 과열과 폭락에 관한 반사성 이론 등을 도출해 낼 수 있었다.

- 철학적 사고로 얻은 이론을 금융시장에 적용하기 시작한 때부터 나는 거대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 철학적 사고를 통해 얻은 이론들을 현장에 적용한 결과 나는 주가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었다.

- (철학적 사고로 주식시장을 바로 본) 그것이 바로 내가 남들보다 크게 앞서 나갈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135

소크라테스처럼 생각하는 태도는 곧 철학자의 사고방식인데, 그 핵심은 '진리를 탐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고방식은 필연적으로 군중의 사고방식과 반대되는 것이다. 진리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인데, 군중은 눈에 보이는 것만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중은 철학자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없고, 철학자는 군중 속에서 평생 외롭게 살거나 은둔한다.

 


#139

필자는 젊은 부자들에게 '반드시 집에 가지고 있어야 할 책 3권'과 그동안 읽은 책 중에 가장 감명을 받은 책 3권을 선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한국 부자들은 인문고전을 골랐다. 대표적으로 '사기열전', '로마제국 쇠망사', '일리아스', '오디세이아', '플루타르크 영웅전'을 선정했다.

하지만, 저자 이지성은? 인문고전이라는 답변에 대해 희망과 동시에 독서 수준이 낮다는 절망을 느꼈다는데. 무슨의미일까? 궁금증


#150

조선의 경우를 보자, 조선 최고의 군주가 세종과 정조라는 데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두 사람은 다음 네 가지 공통점이 있다.

1. 어린 시절부터, 부모가 병을 얻을까 걱정할 정도로 인문고전 독서에 광적으로 몰입했다.

2. 왕과 신하들이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경연'을 수시로 열어 국가경영의 지혜를 얻었다.

3. 학자들이 인문고전을 깊이 연구해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왕에게 자문하는 기관인 집현전과 규장각을 세웠다.

4. 국가경영 능력이 인문고전 독서에서 비롯되었다고 고백했다. 세종은 "거의 모든 인문고전을 완독했음에도 인문고전을 늘 옆에 두고 읽는 까닭은, 독서하는 중에 떠오른 생각들이 정치를 하는 데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라고 했고, 정조는 "국가를 경영하는 근본은 뜻을 확립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뜻은 오직 고전을 읽음으로써만 확립할 수 있다."고 했다.


#164

경영인이 일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있어서는 소크라테스식 질문법 이상 가는 게 없다. 소크라테스는 대화 상대를 진정한 앎의 세계로 이끌기 위해 계속 질문을 던지는데, 그 질문들은

1) 본질이 아닌 것을 본질로 알고 있는 사람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2) 그로 하여금 진정한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탐구하게 하며,

3) 그 탐구의 과정을 통해서 진리의 세계에 이르도록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건희가 소크라테스식 질문법을 활용해서 일의 본질을 파악했다. 여러 가지 관련 자료를 보면 이건희는 일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다음 일곱가지 질문을 던졌다.

1. 이 일은 어떻게 생겨났는가?

2. 이 일의 뿌리는 무엇인가?

3. 이 일의 핵심기술은 무엇인가?

4. 이 일의 핵심기술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5. 이 일의 경쟁력의 핵심은 무엇인가?

6. 이 일의 고객은 누구인가?

7. 고객의 기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169

북송 신종 때의 일이다. 병법서를 교정하여 간행하라는 황제의 명이 떨어졌다. 임무를 부여받은 관리들은 그떄까지 전해오던 347종 1,965권의 병법서 중에서 가장 훌륭한 일곱 권을 선정했다. 무학의 일곱 경전이라 불리는 '무경칠서'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그 일곱 권은 다음과 같다.

1. 강태공의 육도

2. 황석공의 삼략

3. 손무의 손자병법

4. 오기의 오자병법

5. 사마양저의 사마병법

6. 울요의 울요자

7. 이정의 이위공병법


나는 중국 병법서를 육도-삼략-손자병법-이위공병법-사마병법-제갈량집-오자병법-손자병법-육도-삼략-손빈병법-울요자-손자병법의 순서로 읽었다. 육도와 삼략을 한 번 더 읽은 이유는, 손자병법을 보다 더 잘이해하기 위해서다. (170페이지 참고)

위 것들을 읽는 기간이 약 16년이 걸렸는데, 대학 시절 육도, 삼략, 손자병법을 접했는데 너무 재미가 없어서 10년 동안 아무것도 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교사를 그만두고 전업작가가 되면서 소위 경영자의 시각이라는 것을 조금 갖게 되었는데, 우연히 읽은 '이위공병법'이 범상치 않게 다가와서 그 이후에 병법서 독서에 불이 붙었다.


#175페이지

최고의 경영자는 본질경영, 전략경영, 인재경영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다.

본질경양과 전략경영의 완벽한 교과서가 플라톤의 대화편과 손자병법이라고 한다면, 인재경영의 교과서는 '논어'다. 최고경영자들의 인재경영의 필독서로 '논어'를 가장 많이 꼽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179 @@@@@@

누군가 나에게 논어를 어떻게 읽느냐고 묻는다면 다음 순서대로 읽을 것을 권하고 싶다.

1. 공자는 논어를 직접 쓰지 않았다. 논어는 공자 사후 그의 제자들의 공자의 말을 편집해서 엮은 것이다. 공자가 직접 편찬한 여섯 권의 책이 있다. 육경이라고 불리는 시경, 서경, 역경, 예기, 악경, 춘추다 이를 읽는다. (사마천의 사기본기도 함께 읽어라.)

2. 논어를 읽는다.

3. 중자는 공자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았다. 그 가르침을 담은 책 '대학'을 읽는다.

4. 자사는 증자의 제자이자 공자의 손자다, 그가 저술학 책 '중용'을 읽난다.

5. 자사의 제자이자 유가에서 공자 다음 가는 사상가인 맹자의 '맹자'를 읽는다. 논어 대학 중용 맹자를 일러 사서라고 한다.

6. 성리학자들에 의해 유교의 이단아라는 평가를 받은, 그러나 맹자보다 더 뛰어난 유가 사상가라는 평가 또한 받은, 동양의 아리스토텔레스라고 불리는 순자의 순자를 읽는다. 대표적인 법가 사상가인 한비자와 진시황의 두뇌였던 이사가 순자의 제자였다.

7. 비록 유학을 지배계급의 통치이론으로 만들어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공자의 사상을 공부할 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인물인 동중서의 춘처번로를 읽는다.

8. 정치이념으로 전락시켜버린 동중서는 물론이고 맹자와 공자에까지 비판의 칼날을 들이댔던 유가 사상가인 왕충의 논형을 읽는다.

9. 북송오자라 불린, 성리학의 창시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주돈이의 태극도설과 통서, 소강절의 황극경세서와 관물외편, 정호-정이 형제의 명도문집, 어록, 이정유서와 두 형제의 글을 주자가 편집한 하남정씨문집과 하남정씨유서, 장재의 정몽 횡거역설 서명, 주자의 근사록 주자문집 주자어류 논어집주 역학계몽 태극해의를 읽는다.

10. 실질적으로 주자가 창시한 성리학과 쌍벽을 이루는 양명학의 창시자 왕수인의 전습록을 읽는다.

11. 유학 역사상 가장 파격적인 사상가였으며, 유교의 반역자라고까지 불린 이탁오(이지)의 분서를 읽는다.

12. 성리학의 리를 비판하는 기 철학의 와성자라고 불리는 대진의 맹자자의소중, 원선을 읽는다.

13. 우리나라 성리학 역사에서 기 철학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탐구했다고 평가받으며, 중국 사고전서에 개인 저서가 수록된 유일한 우리나라 학자인 서경덕의 원리기 이기설을 읽는다.

14. 중국,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 유럽 등지에서도 열렬히 연구되고 있는 위대한 퇴계 이황의 성학십도 자성록 언행록 퇴계선집 전습록논변과 퇴계와 고봉간의 편지모음집을 읽는다. 

15. 퇴계 이황에 이어 세계적으로 연구되고 있는 대유학자 율곡 이이의 격동요결 동호문답 성학집요 등을 읽는다.

16. 설명이 필요 없는 대학자 정약용의 논어고금주 맹자요의 중용자잠 대학공의를 익는다.



#215

인문고전은 치열하게 읽어야 한다. 미친듯이 지독하게 읽어야 한다. 그래야 깨달음이 온다. 그 깨달음을 여러 번 얻고 난 뒤에 역시 자신처럼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을 만나서 토론하면 그것이 최고의 토론이다. 서로 안에 잠들어 있는 천재성을 일깨우는 최상의 토론이다. 나는 이런 형태가 아닌 토론은 말리고 싶다.

토론모임보다는 발표모임을 권하고 싶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자신이 읽은 부분을 설명하는 모임을 만드는 것이다. 그럼 보다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발표를 할 때는(발표보다는 설명이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책의 내용만 말하지 말고, 책으로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표현하기를 권한다. 곧 "나는 이 부분을 읽을 때에는 정말 어려웠는데, 작심하고서 열 번을 읽었더니 뭔가 머릿속이 시원하게 맑아지는 것을 느꼈어"라든가 "이 부분을 필사했는데 그 순간 두뇌에서 어떤 깊은 떨림 같은게 왔어"와 같이, 홀로 독서를 할 때 누군가 느끼게 되는 자신ㄴ만의 내밀한 감정을 솔직하게 주고받으라는 의미다. 그러면 지식에서 지혜로 가는 시간이 무척 짧아질 것이다.


#235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


이 장을 쓰기 위해 수백 권의 책을 조사했다.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요소들을 정리해서 쉽게 만들었다.

그리고 열 가지 대(큰)요소와 열가지 소(작은)요소를 발견할 수 있었고, 천재들이 어떤 마음으로 인문고전을 읽을 수 있었을까 하니, 그것은 '사랑'이었다.

세종대왕을 생각해보자. 그의 독서법은 백독백습이었다. 즉 100번 읽고 100번 필사했다는 것이다. 동양고전을 백독백습했다가 병에 걸리기도 했다는 일화가 있다.

그는 왕이 신하들과 함께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경연을 가장 많이 연 임금으로 기록되고 있는데, 태조가 23회, 태종이 80회 열었던 강연을 1,898회나 열었다. 


세종이 인문고전 연구기관이라 할 수 있는 집현전 학사들을 모아놓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유일한 소망은 백성들이 원망하는 일과 억울한 일에서 벗어나는 것이요, 농사 짓는 마을에서 근심하면서 탄식하는 일이 영원히 그치는 것이요, 그로 인해 백성들이 살아가는 기쁨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내 지극한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한다.

우리 모두 목숨을 버릴 각오로 독서하고 공부하자. 조상을 위해, 부모를 위해, 후손을 위해 여기서 일하다가 같이 죽자."

내가 생각하는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은 천재들의 '마음'을 아는 것이다.  



#240 맹수처럼 덤벼들어라

서애 류성룡이 맹자를 읽을 때, 빈 암자에서 독서했는데, 주변에 돌아다니는 맹수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마음은 이미 책 속에 들어가 바깥세상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남명 조식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의관을 단정히 갖추고 자리에 앉아서 독서했는데 온종일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어서 사람들이 조각상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남명은 검을 몸에 차고서 독서한 것으로도 유명했다. 아마 이런 각오를 했던 것이 아닐까, 만일 조금이라도 나태하게 책을 읽는 자신을 발견하면 이 검으로 나 자신을 베어버리리라.


성호 이익은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어머님과 오랫동안 이별했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독서하라. 아픈 자식의 치료법을 묻는 사람처럼 질문하고 토론하라."

성호에게 있어서 책은 책이 아니었다. 사랑하는 가족이었다.


다산 정약용은 유배지에 도착해서 방에 들어가 창문을 닫고 밤낮으로 혼자 외롭게 살았다. 그에게 독서는 패가망신한 자신의 처지를 도리어 행운으로 여기게 할 정도로 소중한 것이었다. 그는 독서를 자기 자신보다 더 귀하게 여긴 사람이었다.


알렉산더 대왕이 서른 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 때, 그의 손에는 '일리아스'가 들려 있었다.


가장 위대한 교부철학자로 평가받는 아우구스티누스는 그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암브로시우스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글을 남겼다. "책을 읽는 그의 곁에는 누구도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손님들도 예외가 될 수 없었다. 그의 두 눈은 책장을 뚫어버릴 듯했고, 그의 가슴은 두 눈이 읽는 각 구절의 의미를 무서운 기세로 파악하고 있었다. 


기독교 고전 중의 고전인 '그리스도를 본받아'의 저자이자 서양의 독서가들이 최고의 모범으로 꼽는 독서가인 토마스 아 켐피스는 제자들에게 책 읽는 방법을 이렇게 가르쳤다. 

"책을 손에 쥘 때는 시므온이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입 맞추려고 할 때처러 하기를, 책 읽고 마치고 나면 하나님의 입을 통해 나온 그 모든 단어들에 감사를 표현하기를."그에게 독서는 예배의 연장이었다.


톨스토이는 장 자크 루소의 책을 만나고 감동한 나머지 그의 초상이 새겨진 메달을 구해서 목에 걸고 다녔다. 루소와 정신적으로 하나가 되고 싶어서였다. 그는 루소의 영향을 받아 대학까지 중퇴하고 말았는데, 후일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진짜 공부(인문고전 독서)를 하기 위해서였지."


버지니아 울프는 자신의 시각으로 인문고전을 읽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다. 그는 그리스 고전을 읽을 때는 고대 그리스인의 시각으로, 로마 고전을 읽을 때는 로마인의 시각으로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그리스어와 라틴어 개인교사를 고용해서 배우기 시작했는데 그 공부는 20년 넘게 계속되었다. 


#244 자신의 한계를 뼈저리게 인식하라.

우암 송시열은 맹자 호연지기 장을 읽다가 자신의 무능력과 한계를 절감했다. 그는 후일 당시의 경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 보면 볼수록 더욱 단단해지는 나무토막 같았다. ... 짜증이 났고 식은땀까지 났다." 결국 그는 호연지기 장을 무려 500번 넘게 읽는 방법을 택했지만 끝내 깨달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일두 정여창은 소학 한 권을 30년 동안 읽은 것으로 유명한데, 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나는 자질과 능력이 남들보다 못한 사람이다. 때문에 전심전력을 다해 독서하지 않으면 털끝만한 효과도 얻기 힘들다."


담헌 홍대용은 이렇게 말했다. "처음 인문고전을 접할 때 누구인들 힘들고 괴롭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구차하게 편안한 독서만 하려고 한다면 능력을 내던지는 결과밖에 얻지 못할 것이다.


만유인력 법칙을 발견한 아이작 뉴턴은 기본적인 서양고전인 유클리드의 기하학과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을 읽다가 심히 어렵다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그는 마음 자세부터 고쳐먹었고 온 정성을 다해 독서했다. 하지만 그래도 쉽지 않아서 수시로 처음으로 돌아가야 했다.


마하트마 간디가 자서전에서 한 고백은 충격적이다. "어느 날의 일이다. 친구가 제러미 벤담의 '공리주의'를 읽어주었다. 나는 매우 당황했다.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친구가 책의 내용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팔을 휘휘 저으면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내 능력으로는 그 책을 전혀 이해할 수 없을 것 같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존 스튜어트 밀이 인문고전 독서를 매우 힘겨워했다는 사실은 책의 서두에서 자세히 밝힌 바 있다.


천재들은 인문고전을 대하고서 자신이 평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은 앞에서 언급한 남다른 독서 태도, "독서하다가 죽어버려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천재들의 남다른 독서 태도는 어떻게 구체화되었던 걸까. '반복독서 - 필사 - 사색'이었다. 살펴보자.


#248 위편삼절, 책이 닳도록 읽고 또 읽어라.

다른 사람이 한 번 읽어서 알면 나는 백 번을 읽고, 다른 사람이 열 번 읽어서 알면 나는 천 번을 읽는다.

주자(1130-1200, 중국 송대의 유학자)


우암 송시열은 맹자를 1,000번 넘게 읽었는데, 앞부분은 수천 번 읽었다고 한다.

지봉 이수광은 이렇게 말했다. "성인들의 글이 적힌 책을 반복해서 읽고서야 비로소 도의 근원을 파악했고, 마음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단테는 유랑생활 내내 보이티우스의 철학의 위안을 반복해서 읽었다.


아이작 뉴턴은 유클리드의 기하학과 데카르트의 방법서설의 각 구절들을 이해가 될 때까지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

라이프니츠는 단순한 천재가 아니다. 그는 정치, 종교, 역사, 문학, 논리학, 형이상학, 사변철학, 수학, 물리학, 법학 등 거의 전 영역에 걸쳐서 천재적인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그는 부모나 교사 등의 권유로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한 대부분의 천재들과 달리 스스로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한 유별난 인물이기도 하다.

라이프니츠는 자신의 천재성은 오로지 독서를 통해 얻어진 것이라 고백한 바 있는데, 그가 세상에 독서법은 매우 간단한 것으로 정치, 종교, 역사, 문학 등 각 분야의 대표적인 책을 그 이치를 터득할 때까지 반복해서 읽는 것이었다.


19세기에 활동한 천재 설교가 찰스 스펄전은 존 버니언의 천로역정을 100번 이상 읽었다.


천재 작곡가 바그너는 1,000페이지가 넘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그 책을 처음 접한 해에만 네 번을 읽었고, 그 뒤로는 평생 반복해서 읽었는데 결국 모두 외워버렸다고 한다.

천재 희극배우 찰리 채플린 역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40년 동안 반복해서 읽었다.


#252 연애편지를 쓰듯 필사하라

어떤 책이든 손에 잡으면 학문에 보탬이 될 만한 대목만 가려서 뽑고 나머지는 눈길도 주지 말거라. 그러면 백 권의 책이라도 열흘 공부로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다산 정약용, 두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중에서


천재들이 가장 선호한 필사 방식은 원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도 남김없이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제갈량, 레오나르도 다 빈치, 퇴계 이황 등이 이 방법을 따랐다. 방법은 간단하다. 매일 적게는 몇 줄, 몇 쪽, 많게는 십수 쪽 혹은 수십 쪽씩 베껴 쓴다. 

마침내 한 권을 완전히 베껴 쓰면 다음 원전으로 넘어간다. 이게 전부다.

주의할 점은 번역서가 아닌 원전을 베껴 썼다는 것이다. 천재들 중에서 인문고전을 번역서로 읽은 사람은 거의 없다. 만일 원전의 의미를 모르면 천재들은 어떻게 했을까? 그들은 원전에 사용된 언어를 새로 배웠다.


다산 정약용은 매일 새벽마다 고전 몇 쪽씩 베껴 쓰는 일을 황홀한 취미로 삼았던 사람이다. 그는 아들 학연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 겨울부터 내년 봄까지 상서와 좌전을 읽도록 하거라. 고려사 반계수록 서애집 징비록 성호사설 문헌통고 등도 읽어보고, 그 내용 중 중요한 것을 발견하면 초서하도록 하여라.


#256

사실 암송은 천재들이 즐겨 사용한 독서법이다. 중국 송나라의 대문호 구양수는 300자 암송 독서법을 권한다.

효경, 논어, 맹자, 주역, 서전, 시경, 예기, 주례, 춘추좌전. 이 책들을 매일 300자씩 외우면 4년 반만에 끝낼 수 있다. 조금 우둔해서 반으로 줄여서 외운다고 해도 9년이면 충분하다.


칸트는 엄청나게 긴 고대 로마 고전작품들을 단 한 줄도 틀리지 않고 암송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링컨은 데모스테네스, 키케로, 셰익스피어 등의 작품을 암송하는 것을 평생 즐거운 취미로 여겼다. 십대 시절부터 수천 쪽에 달하는 역사고전 로마제국 쇠망사를 반복해서 읽었는데 덕분에 대부분의 핵심 구절들을 외울 정도까지 되었다고 한다.


천재들의 필사법을 연구하다보니 놀라운 사실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많은 사람들이 제갈공명 즉 제갈량은 소설 속의 인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엄연이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이다. 그는 열일곱 살이 되던 해에 융중의 산골로 들어가서 스물일곱 살이 될 때 까지 인문고전에 파묻혀 살았다. 제갈량은 유가, 법가, 도가, 병가, 종횡가 등 제가백가의 책을 모두 섭렵했는데 그 대표적인 독서법이 바로 필사였다.


부모가 인문고전을 직접 필사해서 아이에게 읽힌 사례는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 서포 김만중의 어머니 윤씨 등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그중 특히 김만중의 어머니 윤씨의 이야기는 심금을 울린다.

윤씨는 참으로 가난한 싱글맘이었다. 그는 책을 살 돈이 떨어지면 책방 주인에게 사정해서 책을 빌린 뒤 그것을 밤새도록 일일이 베껴 써 아이에게 읽혔다. 아이에게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마음 깊이 담아두고 늘 되새겨야 할 교훈이다.


#260. 사색하라!

낮은 인문고전 독서는 '사색'이 결여되어 있다.

서애 류성룡은 '서애선생문집'에서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토로하면서 그들이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명쾌하게 알려주고 있다.

"다섯 수레의 책을 술술 암송하면서도 그 의미는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있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는가, 사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계 이황은 "낮에 읽은 것은 반드시 밤에 깊이 사색해야 한다."

율곡 이이는 "책을 읽으면 반드시 그 이치를 궁리하고 탐구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그러지 않으면 결코 깊은 경지에 도달할 수 없다고 했다.


조선의 천재 성리학자 백호 윤휴는 이렇게 말했다.

"책을 읽으면 사색을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얻는 게 있다. 그러나 만일 사색하지 않으면 얻는 것도 없다. 사색한 것은 글로 기록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색하고 기록한 뒤 다시 사색하고 해석하다 보면 깨닫고 알게 되어 언행이 두루 통하게 된다. 만일 이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면 설령 깨닫고 알게 됨을 얻었더라도 도로 잃게 된다.


고봉 기대승이 밝힌 독서의 핵심은 1)읽어라. 2)외워라. 3)사색하라. 4)기록하라였다.


#270 사색을 기록하는 방법

사색을 기록하는 방법은 1)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따로 준비한 종이나 노트에 바로 적는다. 2)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생각을 책의 여백에 즉시 적는다. 3) 책 한 장 또는 책 전체를 읽고 사색한 뒤 그것을 독후감식으로 적는다. 이 세 가지가 대표적이다.


두 번째 방식을 따른 천재는 볼테르와 바흐가 대표적이다. 볼테르는 출간된 지 30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독자들을 설레게 하는 캉디드의 저자이다. 그의 인문고전 독서법은 책을 읽다가 어떤 생각이 떠오르면 그것을 책의 여백에 즉시 적는 것이었다. 매우 자유분방한 성격이었던 탓에 그가 책의 여백에 남긴 메모들은 철학적 깊이가 풍부한 것들도 있었지만 "이건 정말 바보 같은 말이야!" 라든가 "정말 재미없군!" 같은 순간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낸 것들도 많았다고 한다.


#275 '깨달음'을 향해 나아가라

천재들의 인문고전 독서법의 핵심인 반복독서-필사-사색은 깨달음을 향해 있다.

깨달음이 있는 독서란 책을 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요, 그의 정신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인문고전의 저자와 동일한 수준의 사고능력을 갖는다는 것이다.


#277 다산 정약용은 주역 때문에 열등감을 느꼈다. 몇 번에 걸친 독서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그때의 다짐은 "독서하다가 죽어버려라!"였다.


#279

벤저민 프랭클린은 "나는 크세노폰의 저작을 읽고는 정신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책에 푹 빠져버렸다"라고 했고, 헤르만 헤세는 "공자의 논어를 처음 접했을 때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정도로 감격적이었다... 중국 인문고전들을 접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처음의 벅찬 떨림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284

샤를 드골의 삶은 그가 남긴 "위대해지려고 각오한 자만이 위인이 될 수 있다"라는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위대함을 향한 열정'...

드골이 학교에서 제멋대로 행동했던 이유는 간단했지. 그 친구가 참모총장이 되는 것 말고는 전혀 관심이 없었거든." 그러니까 드골은 생시르 육간사관학교의 규칙들이 참모총장이 아닌 하급 지휘관을 기르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지키지 않은 것이다.


드골에게는 특별한 습관이 있었다. 그는 열 살 때부터 매일 밤 침대에 들기 전에 다음 의식을 치렀다. 일기장에 적어놓은 '하나님이시여. 나를 위대하게 사용하옵소서'로 요약되는 기도를 올리는 것과 주기도문을 외우는 것. 드골은 자신의 기도가 응답을 받았다고 믿었다. "나는 위대한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는 그의 믿음은 평생 단 한 번도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날이 갈수록 굳건해졌다. 


#285

존 스튜어트 밀은 프랑스만을 생각한 샤를 드골보다 한 차원 높은, 인류를 위한 '위대함을 향한 열정'을 불사른 인문고전 독서가였다. 그가 자서전에 남긴 고백을 들어보자.

"입법론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나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나는 그 책에 나오는 학설을 토대로 전 인류의 현재 상태를 개혁하겠다는 구상을 분명하게 그렸다.


"위대한 존재가 되고픈 나의 야망은 끝이 없었고, 인류의 미래를 위한 일에 대한 열정은 내가 가진 가장 강렬한 감정이었다."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언제나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오르는 듯한 기상과 하늘과 땅을 작게 여기고 우주가 내 손안에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왕수인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사색 끝에 깨달음을 얻고 새로운 학문인 양명학을 창시했다. 그가 남긴 말은

"나는 참으로 하늘의 신령한 도움을 받아 양지의 학문을 깨달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바로잡겠다고 마음먹었다.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이 고통 중에 있음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심히 아팠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나 자신을 돌보지 않고서 세상을 구하는 일에 뛰어들었다. 그런 나를 보고서 많은 사람들이 황당하게 생각했다. 나를 비웃고 무시하고 미워하고 따돌리더니 급기야는 미친 사람 취급했다. 하지만 내 어찌 거기에 신경 쓸 수 있겠는가. 백성의 고통이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에 그대로 느껴지고 있는데, 내 부족한 능력을 백성을 구하는 일에 쓰기에도 바쁜데."


#287

목민심서의 저자 다산 정약용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조선의 대표적인 천재 실학자들의 스승이었던 성호 이익은 기아에 허덕이는 농민들의 삶을 보고 아파하고 탄식하면서 이렇게 울부짖었다. "천성이 글을 좋아하는 나는 하루 종일 온 힘을 다해 독서한다. 하지만 나는 실오라기 하나 곡식 한 톨 내 힘으로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이런 내가 하늘과 땅 사이에 낀 좀벌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298

다음은 율곡이 스무 살 때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지은 자경문의 핵심을 정리한 것이다.

- 뜻을 크게 갖고서 성인의 삶을 따른다.

- 마음이 안정된 사람은 말이 적으니, 말을 적게 한다.

- 마음이란 살아 있는 것이다. 마음이 어지러울 때는 정신을 한데 모으고 그 어지러움을 살핀다. 그렇게 마음공부를 계속하다보면 마음이 고요하게 안정되는 순간이 반드시 올 것이다.

- 홀로 있을 때 헛된 마음을 품지 않는다. 모든 악은 홀로 있을 때 삼가지 않음에서 비롯되니, 마음속에서 올바르지 않은 생각이 일어나는 것을 두려워하고 경계한다.

- 앉아서 글만 읽는 것은 쓸데없다. 독서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일이 없으면 그만이겠지만, 일이 있을 땐 옳고 그름을 분간해서 합당하게 처리한 뒤 글을 읽는다.

- 부귀영화를 바라지 않는다. 일을 할 때 대충 편하게 하려는 마음을 갖지 않는다.

- 해야 할 일은 모든 정성을 다하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은 마음속에서부터 끊는다.

- 불의한 일을 단 한 번, 무고한 사람을 단 한 명 죽여서 천하를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결코 그렇게 하지 않는다.

- 누가 나에게 악을 행하면 나 자신을 깊이 반성하고 돌아본 뒤 그를 감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 가족들이 착하고 아름답게 변화하지 않는 것은 내 성의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니, 나 자신을 돌아본다.

- 몸에 질병이 있거나 밤에 잠자리에 드는 경우가 아니면 눕지 않는다. 비스듬히 기대지도 않는다.

- 공부는 죽은 뒤에야 끝나는 것이니 서두르지도 늦추지도 않는다.


#301 앞으로는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처럼 살아야겠다.


#303 퇴계 이황의 글로 마무리를 하고 싶다.

비록 산에서 살고 있지만 오랜 병을 앓고 있는 터라 책을 마음껏 읽지 못하고 있다.

마음이 울적하여 호흡을 조절하다보면 몸이 가뿐해지고 정신이 상쾌해지는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우주를 굽어보고 우러러본다. 그러면 감개가 저절로 일어난다.

나는 책을 덮고 지팡이를 손에 잡고 밖으로 나간다.

난간에 기대서 연못도 구경하고, 단에 올라 사를 찾기도 하고, 등산을 돌아보며 약초를 심기도 한다.

혹은 돌 위에 앉아서 샘물을 희롱하기도 하고, 대에 올라서 구름을 바라보기도 하고, 여울에서 고기를 구경하기도 하고, 배에서 갈매기와 벗하기도 한다.

그렇게 발길 가는 대로 시름 없이 노닐다가 또 좋은 경치를 만나면 흥헤 취해 마음껏 즐긴다.

집에 돌아오면 고요한 방에 책이 가득 쌓여 있다.

나는 책상을 당겨서 잠자코 앉아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이를 사색한다.

때로 마음에 얻는 바가 있으면 흐뭇한 나머지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린다.

혹여 얻지 못하면 친구에게 물어보고 그래도 알지 못하면 더욱 분발하여 사색한다.

하지만 억지로 통하려 하지 않고 마음 한쪽에 밀어두었다가 가끔 끄집어내서 허심탄회하게 사색하고 저절로 깨달아지기를 기다린다.

오늘도 이러하고 내일도 이러하다.



#309 부록.

0. 인문고전 독서교육 참고도서 (본 책 311페이지에 목록 있으니 참고)

1) 서울대학교 선정 '동서양 고전 200권'

2) 연세대학교 필독 도서 고전 200선

3) KAIST 인문사회과학연구소 선정 '과학도가 읽어야 할 인문교양서'

4) 세인트 존스 대학교 선정 '위대한 고전 100권'

5) 시카고 대학교 선정 '시카고 플랜 고전 100권'

6) 예일대학교 지도 연구 프로그램 도서 목록

7) 스탠퍼드 대학원 '문학과 문명' 세미나 선정 '세계의 결정적 책 15권'

8) 그레이트 북스 재단 선정 '세계의 위대한 고전 144권'

9) 중국 지성 5인이 뽑은 고전 200선

10) 미국대학위원회 선정 '고등학생 권장도서 101권'등을 참고해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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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독방의무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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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딩으로 리드하라

작가
이지성
출판
차이정원
발매
2016.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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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 세상을 지배하는 0.1퍼센트 인문고전 독서법

저자 : 이지성

​이 책의 키워드 :  인문고전,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존 스튜어트 밀, 박지원, 처칠, 에디슨, 알렉산더 대왕, 세종, 정조, 부자들이 갖고 있는 책 3권,  이건희와 소크라테스,

책소개 : 오랫동안 내려오는 인문고전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천재가 되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천재 및 위인들(위의 키워드)은 타고난 천재가 아니었다. 그들은 철저히 많은 인문고전 독서를 통해 후천적으로 천재가 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그들의 자서전에는 그러한 사실들이 드러나있고, 평범한 사람들도 인문고전을 통해 성공한 사례를 보여주며,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이 서평을 쓴 나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천재가 되거나, 위인이 되거나, 사회적으로 또는 개인적으로 성공한 삶, 또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자! 거짓말 같은가? 읽어보시라. 나는 이 책이 충분히 공감되었다. 




세상에 태어나 학문을 하지 않으면 사람답게 될 수 없다 - 이이


들어가며)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 아인슈타인 사례 (FACT)

나는 술 대신 철학고전에 취하겠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1879-1955, 독일 태생의 이론물리학자)


지금으로부터 약 130년 전의 일이다. 독일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고. 아이는 부모의 근심거리였다. 세 살이 되도록 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적장애가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모든 면에서 너무 느렸다. 중학생이 된 아이는 나쁜 기억력과 산만함 그리고 불성실한 수업태도로 유명했다. 교사들이 이런 독설을 퍼부을 정도였다.

"너는 너무도 형편없는 놈이기 때문에 커서 무엇도 제대로 해내지 못할 거다."

아이는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했고, 대학교 다닐 때에는 별 볼일 없는 학점과 박사학위 때는 논문을 중도에 때려치웠다.

백 번을 다시 생각해봐도 특별할 것 없는 아이였는데, 그 아이에게도 남다른 면이 있었다. 아이는 인문고전을 열렬히 사랑했다. 아버지는 집에서 문학고전을 즐겨 낭독했고, 어머니는 고전음악 마니아였다.

의대생인 막스 탈무트는 아이 부모의 초대로 일주일에 한번씩 집에 들려서 아이와 함께 밥을 먹었다. 그는 인문고전 독서의 힘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독서로 아이의 두뇌를 바꿔주기로 작정했던 것 같거든요. 아이에게 첫 번째 읽게 한 책이 유클리드의 '기하학'이고 두 번째 책이 이마누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이었습니다.

제대로 마음을 먹고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한 아이는 이미 10대에 대부분의 서양철학 고전을 독파 했고, 대학 때는 철학 강의를 즐겨 들으며, 직장에 들어가서는 상사로부터 아리스토텔레스 논리학에 근거한 사고 훈련을 받는데 몰두 했습니다. 퇴근 후에는 자신이 만든 인문고전 독서모임인 '올림피아 아카데미' 회원들과 독서 토론을 하는 데 열을 올렸습니다.


그 아이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우리 나이로 열네 살에 한 유명 미술가의 작업장에 조수로 들어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는 견습생 중에서 단연 돋보였고, 스승 조차도 그를 보고 은연 중에 많은 것을 배울 정도였습니다. 남들이 13년 이상은 일해야 오를 수 있는 수석 장인 자리에 그는 6년 만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성공도 잠시, 1481년 서른이 된 그는 실패한 예술가였습니다. 그해 10월 피렌체 정부는 교황 식스투스 4세로부터 시스티나 성당을 장식해줄 최고의 예술가들을 추천해달라는 의뢰를 받았습니다. 여러 유명한 예술가들이 귀족들의 배웅을 받으며 로마로 향할 때 그는 비참한 기분으로 피렌체의 거리를 걷고 있었습니다. 피렌체의 유망한 젊은 예술가들 중 그 혼자만 로마행 마차를 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던 그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서 이듬해에 밀라노로 이주했으나 거기서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1487년, 서른 여섯 살이던 그는 라틴어를 독학하기 시작했습니다. 문학, 철학, 역사 고전을 읽기 위해서였고, 나아가 그것들로 인해 자신의 두뇌를 완벽하게 바꾸기 위해서였습니다.

위대한 천재들의 사고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해 늘 고생하긴 했지만 그때마다 초인적인 의지를 발휘해서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당시 그의 좌우명 중 하나는 "어떤 장애물이든 고된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였습니다. 

인생을 건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하면서부터 그의 천재성이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그는 회화, 조각, 공기역학, 광학, 해부학, 식물학, 건축학, 지리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천재적인 업적을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의 이름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였다. 

다음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전기 작가이자 연구가들의 그의 인문고전 독서에 대해 남긴 말들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지혜를 전수받는 일을 업신여겼지만 고전지식에는 매혹되었다. 그는 과거의 대가들에게서 배우는 것을 대단히 싫어했지만, 분명한 의도를 가지고 아주 세심하게 고전 서적을 읽었다. -마이클 화이트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평생 동안 자신을 '글줄을 믿지 않는 사람'이자 '경험의 사도'라고 칭했다. 학자와 학문의 전통을 비판적으로 보았던 그였지만 소중한 면까지 버리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그는 고전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라틴어를 배웠다. -마이클 j. 겔브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해 구할 수 있는 모든 고전을 구하고 중세의 고전 문헌을 공부하는 습관이 있었다." -에드워드 멕커디



#21페이지 철학고전은 원래 어렵다!

철학고전 같은 경우는 몇 번을 되풀이해 읽고, 해서서란 해설서는 다 찾아 읽고, 심지어 필사까지 해도 그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아예 이해 불가능인 경우가 많다. 일반인만 그런 게 아니다.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철학 연구가들조차 '어렵다'고 고백하는 실정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철학고전을 한 권씩 멜 때마다 사고의 수준이 달라짐을 느낀다. 이는 철학고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현상이다.


아이는 평생 인문고전을 읽었다. 아니 인문고전에 푹 빠져 살았다. 그리고 아인슈타인처럼 인문고전 독서모임을 만들었고, 여가의 대부분을 독서토론 준비에 쏟아부었고, 하나의 주제를 놓고 만족할 만한 결론을 얻을 때까지 석 달 넘게 토론할 정도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독서토론에 집중했다. 

그의 이름은 존 스튜어트 밀, 지금까지도 철학, 경제학, 사회과학 분야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논리학 체계', '경제학 원리', '자유론'의 저자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자서전'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나는 지적인 영역에서 평균 이하였지, 이상은 결코 아니었다. 평범한 지적능력, 평범한 신체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내가 받았던 고전 독서교육을 성공적으로 해낼 수 있다.

"우리 아버지는 세상의 어떤 아버지도 기울이지 못할 정도의 노력과 주위와 인내를 나에게 쏟았다."

"아는 고전 독서와 토론으로 인해 한 명의 독창적이고 독립적인 사상가로 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22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고전과 비 고전

고전은 짧게는 100~200년 이상,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남은 책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천재들의 저작이다.

생각해보자.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노벨상 수상자들에게 매일 두 시간 이상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현재 우리나라 대표적인 지성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사람들보다 뛰어난 존재가 될 것이다. 아니 세게 최고의 두뇌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은 분명히 천재들이다. 그러나 불멸의 인문고전을 남긴 천재들과 비교하면 그들은 기껏해야 머리가 조금 좋은 사람들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이렇게 생각해보자. 만일 앞으로 10년 동안 매일 두 시간 이상 위대한 인문고전을 남긴 진짜 천재들에게 개인지도를 받는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인문고전은 인류의 역사를 새로 쓴 진정한 천재들이 자신의 모든 정수를 담아놓은 책이다.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정수를 완벽하게 소화하면 누구나 다음 세 가지 중 하나를 경험할 수 있다.

1. 바보 또는 바보에 준하는 두뇌가 서서히 천재의 두뇌로 바뀌기 시작한다.

2. 그동안 억눌려 있던 천재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3. 평범한 생각밖에 할 줄 모르던 두뇌가 천재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한다.


#29

미국 명문 사립 중고교의 인문고전 독서 열기는 놀라울 정도다.

1. 플라톤의 국가를 읽고 소화한다. 2. 도서관에서 플라톤의 국가를 주제로 집필된 모든 책을 찾아 읽는다. 3. 플라톤의 국가를 주제로 에세이를 쓰고 토론한다. 

이런식으로 인문고전을 한 권씩 철저하게 떼는 일이 미국 명문 중고교에서는  일사억으로 벌어지고 있다.


#30 미국 대학들의 인문고전 독서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보면, 세인트 존스 대학은 4년 내내 인문고전 100권을 읽고 토론하고 에세이를 쓰는 게 교육과정의 전부다. 조지 와이드 대학의 주 교육과정은 멘토와 함께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다. 

예일 대학은 '디렉티드 스터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존 로크나 마키아밸리의 저술 같은 인문고전을 중심으로 일주일에 한 번은 교수가 강의를 하고 두 번은 학생들끼리 세미나를 하는 프로그램으로, 이를 마치면 필수 교양 여섯 과목을 수강한 것으로 인정한다. 


#68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석학들 중에는 역사나 철학을 외면하고 자신의 연구 분야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김대식, 공부혁명 중에서


#73

데카르트, 파스칼, 뉴턴, 라이프치히, 오일러, 가우스, 아인슈타인, 하이젠베르크 같은 수학-과학 천재들의 공통점은

1)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거나 창조한 천재들이 쓴 고전에 심취했다.

2) 새로운 원리를 발견하거나 창조했다.

3) 새로운 고전을 집필했다는 것이다.


미네소타 대학 의대 교수이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외부협력교수인 김대식의 공부혁명에 나오는 다음 이야기에 따르면 현대의 천재들 역시 같은 길을 걸었다.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석학들 중에는 역사나 철학은 외면하고 자신의 연구 분야에만 매달리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독특한 창의력과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 머리 겔만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에서 쿼크의 존재를 발견하고 1969년에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위대한 물리학자이다. 그는 뛰어난 업적을 남긴 과학자였으나 그리스와 인도 철학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보였다.


#74

연암 박지원은 담헌 홍대용, 형암 이덕무, 초정 박제가, 영재 유득공 같은 조선 후기의 천재 지식인들과 깊이 교수하면서 그들과 함께 북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창조한 사람이다. 그런데 그 또한 황상처럼 열다섯 살이 되도록 문맹이었다. 그런 박지원에게 처숙 이군문이 인문고전 읽는 법을 가르쳐주었다. 박지원은 이후 3년 동안 두문불출하고 인문고전만 읽었다. 마침내 방문을 열고 나왔을 때, 그는 더이상 과거의 박지원이 아니었다. 그는 천재가 되어 있었다.


#75

그렇다면, 인문고전 독서가 지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의 두뇌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여기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기 어렵지만, 다음의 세 사람의 사례를 보면


1. 아이작 뉴턴은 초등학교 시절 계속해서 전교 꼴지를 하다가 학습 부진아 반에 들어간 경력이 있다. 교장 선생님은 그런 뉴턴을 안타깝게 여겨 인문고전을 소개해주었다. 이후 뉴턴의 삶은 인문고전 독서로 채워졌다. 그 결과 한때 저능아 취급을 받던 뉴턴은 휘황찬란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법한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로 변했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면서 과학의 역사를 새로 썼다.


2. 윈스턴 처칠은 열세 살에 해로 학교에 전교 꼴지로 입학 했다. 4년 6개월의 재학기간 동안에도 내내 거의 전교 꼴지를 도맡아 했다.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스물 세 살에 인문고전 독서를 시작했는데, 하루 평균 4~5시간씩 책을 읽었다. 처칠의 인문고전 독서는 그의 두뇌를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 되었고,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3. 토머스 에디슨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3개월 만에 퇴학당한 전력이 있다. 학교 수업을 따라갈 만한 지적 능력이 없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본래 머리가 나쁜 아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며 포기했지만 교사 출신 어머니는 희망을 품고 특별한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에디슨을 직접 가르쳤다. 에디슨은 어머니의 지도로 아홉 살에 리처드 그린 파커의 '자연과 실험의 철학'을 독파했다. 시어스의 '세계사',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흄의 '영국사' 같은 역사고전과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의 소설 같은 문학 고전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십대에는 도서관을 통째로 읽어버리겠다며 도서관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는 세계 최고 기록인 1,093개의 특허를 따내면서 발명왕이 되었고, 지금까지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는 제너럴 일렉트릭 GE를 창업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제대로'에는 일반적인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독서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변화' 역시 마찬가지다. 인문고전을 읽고서 변화하기를 원한다면 자기 자신과의 전쟁을 치룰 각오를 해야 한다. 과거의 자신을 죽이는 처절한 자기투쟁이 뒤따르지 않는 인문고전 독서는 지식의 축적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지식은 인간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삶의 근본적인 변화는 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지혜가 있을 때 생겨난다. 다름 아닌 그 '지혜'를 갖는 것을 나는 인문고전 독서를 통한 '변화'라 이야기하고 있다.


#78

워싱턴 D.C. 대학정보원 설립자이자 미국 최고의 대학교육 평가 전문가인 로런 포프의 '내 인생을 바꾸는 대학'에 따르면 미국에서 가장 지성적인 대학은 하버드, 스탠퍼드, 예일이 아니다. 말버러, 뉴, 리드, 세인트 존스다. 네 대학 중에서도 최고는 단연 세인트 존스다. 그런데 세인트 존스 대학 신입생 중 고등학교 성적이 상위 10퍼센트 안에 드는 사람은 고작 신입생 전체의 20퍼센트에 불과하다. 고등학교 때 상위 10퍼센트 안에 든 학생이 전체의 95퍼센트를 차지하는 아이비리그 학생들에 비교하면 참으로 평범한 학생들이 들어가는 곳이다. 하지만 4년 뒤에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100권의 인문고전을 읽고 토론한 세인트 존스 대학의 졸업생들은 아이비리그 졸업생들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로즈 장학생에 선발되고, 저명학 과학자와 학자의 길로 들어선다.

(로즈 장학생: 로즈 장학재단은 매년 미국, 캐나다, 독일, 영연방 국가의 대학생 여든 다섯 명을 선발해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수학할 기획을 제공하며 학비와 생활비 일체를 지원한다. 세계에서 가장 영예로운 장학금 중 하나로 꼽히며,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로즈 장학생 출신이다.


#79

시카고 대학을 노벨상 왕국이라 한다. 시카고 대학이 노벨상 왕국이 된 데는 항존주의 교육철학의 시조인 로버트 허친스 총장의 공적이 컸다. 1890년에 창설된 후 별볼일 없는 대학으로 1929년까지 유지되어오던 시카고 대학은 로버트 허친스 박사가 총장이 되면서 교양교육의 일환으로 고전 100권을 각 분야에서 읽도록 했다. ... 그러한 교양교육의 성과로 시카고대 동문 교수 중에서 엄청나게 많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게 된 것이다.

1929년을 기점으로 노벨상 수상자들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싹쓸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노벨상 수상자가 폭증한 것이다.

1929년에서 2000년까지만 봐도 시카고 대학이 배출한 노벨상 수상자는 무려 예순 여덟 명에 달한다. 

1929년은 인문고전 독서교육의 광신도라 할 수 있는 로버트 허친스가 시카고 대학교 제5대 총장에 취임한 해다. 또한 세계의 위대한 고전 100권을 달달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시키지 않는다는, 대학 4년 교육과정의 대부분이 인문고전 독서에 할애된 '시카고 플랜'이 시작된 해다. 


(항존주의 : 고전적인 실재론과 관념론에 기초를 두고 변화하지 않는 가치의 영원성을 주장하는, 20세기 미국사회의 한 교육사조.

항존이란 용어는 일년을 통해 계절마다 계속 피어나는 어떤 종류의 꽃에서 유래된 것으로, '영원성'을 의미하는 말이다.

알프레드 아들러도 이방면으로 알려져 있음. 

이는 진보주의 교육의 가치변화의 개념에 반대하여 절대적인 원리를 강조하고, 인간성의 항시적 성격에 비추어 교육내용의 동일성과 보편적인 진리습득을 주장한다.

인간이성애 토대한 합리성의 발달을 위한 지적훈련을 강조하고, 따라서 고전학습을 주장하고 있다. 본질주의와는 세부원리에 있어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


#81

치원 황상, 연암 박지원, 뉴턴, 처칠, 에디슨, 세인트 존스 대학, 시카고 대학, 마바 콜린스, 클레멘트 코스의 사례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다.

1.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문맹을 천재로 만든다.

2.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지능이 낮은 아이를 천재로 변화시킨다.

3.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평범한 학생들을 아이비리그 졸업생들보다 뛰어난 인재로 만든다.

4.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둔재를 노벨상 수상자로 만든다.

5.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지적으로 성장시킨다.

6.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어떤 희망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90

오늘날의 우리나라에도 논술시험 공부의 정석을 깨뜨린 사람이 있다. 바로 단국대학교 이해명 교수다. 그는 초등학생들에게 '논어'와 '맹자'를 직접 가르쳤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내내 아들에게 직접 선정한 인문고전을 읽게 했다.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이 했다.

-초등학교 5~6학년 : '명심보감', '논어', '맹자'를 한문 원전을 모두 필사하면서 외우는 방식으로 읽혔다.

-중학교 : 장자의 '장자', 사마천의 '사기열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볼테르의 '영국에 관한 서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쇠망사',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등을 원서로 읽혔다.

-고등학교 : 플라톤의 '국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마키아밸리의 '군주론', 루소의 '사회계약론', 셰익스피어의 '희곡집', 괴테의 '파우스트', 마르크스의 '자본론',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등을 원서로 읽혔다.


#94

이지성의 인문고전 독서는 두뇌의 근본적인 변화를 목적으로 한다. 변화는 단 한페이지를 넘기는 데 하루 혹은 일주일 이상의 노력을 요하는 어려운 책들을 읽음으로써 이루어진다. 즉 자신보다 몇십 배 또는 몇백 배 높은 사고능력을 가진 천재와 씨름하는 과정에서 얻어진다. 그래서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전통적으로 원전을 읽게 한다. 그리스어로 쓰인 고전은 그리스어로 읽게 하고, 라틴어는 라틴어 배워서 ..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런 교육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논하지 않겠다.


인문고전 독서교육을 가장 잘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부모나 교사가 최소한 1년 이상, 다섯 권 이상의 인문고전을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제대로' 읽으면 된다. 즉 인문고전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이해해보려고 매일 발버둥을 치고, 매일 30분 이상 노트에 성실히 필사하면서 두뇌가 변화되는 경험을 손톱만큼이라도 해보면 된다. 그러면 누구나 저절로 노하우를 터득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연구해온 나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다.

1. 통독하게 하라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내리 읽는 것)

 

2. 정독하게 하라

 

3. 필사하게 하라

(통독보다 열 배는 어렵다. 당연히 통독의 열 배 이상의 동기부여, 칭찬, 보상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교육자가 아이를 의식하지 않고 열정과 기쁨에 사로잡혀 매일 인문고전을 읽는 것이다. 정독을 시킬 때 유의해야 할 점은 아무리 어려운 부분이 나오더라도 끝까지 묻고 늘어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은 반드시 밑줄을 그어라. 필사를 위해서다

필사는 책을 베껴 쓰는 것을 말한다. 원칙적으로는 책 전체를 필사하는 게 가장 좋다. 필사는 베껴쓰는 것을 말한다. 원칙적으로는 책 전체를 필사하는 게 가장 좋다. 하지만 정독을 하면서 밑줄을 그어둔 부분만 필사해도 괜찮다. 필사는 노트에 해도 되고 컴퓨터에 해도 된다. 나는 통독이나 정독보다 필사가 훨씬 휩다고 하는 아이들을 많이 보았다. 그리고 통독이나 정독을 할 때는 어렵기만 한 부분이 필사를 하면서 쉽게 풀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는 소식을 많이 들었다.

필사를 잘 시키는 방법도 역시 동기부여, 칭찬, 보상, 모범이다. 이 네 가지만 잘하면 인문고전 독서교육은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다.)


4. 자신만의 의견을 갖게 하라.

자신의 의견을 갖는 것, 이는 모든 독서의 목적이다. 나는 통독-정독-필사를 제대로 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을 갖게 되는 것을 많이 목격했다.

하지만 적절한 질문을 던져줄 필요는 있다. "넌 이 사람이 왜 이런 말을 했다고 생각하니?", "이 부분에서 무엇을 느꼈기에 밑줄을 그은거니?", 책을 읽은 뒤에도 비슷한 질문을 던지면 좋다.


5. 인문고전 연구가와 토론시켜라.

수준이 비슷한 사람끼리 토론을 하면 천재의 저작을 자기네들 수준에서 이해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일이 벌이진다. 기껏 힘들게 한 독서를 무위로 돌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하고 마는 것이다. 인문고전 연구가와 토론을 해야 차원이 다른 지적 자극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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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이야기 – 아낌없이 주는 나무(언론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줄거리 : 한 소년과 나무 한그루가 있었다. 소년은 나무 그늘 밑에서 잠도 자고, 그네를 매달아 타기도 하면서 나무와 친하게 지낸다. 소년이 청년이 되었을 때 소년은 그 나무에서 나온 열매를 따서 내다 판다. 나무는 아무 말 없이 소년에게 열매를 내준다. 시간이 흘러 소년이 중년이 되었을 때 소년은 아예 나무를 잘라 배를 만든다. 나무는 이번에도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몸통을 내준다. 시간이 더욱 흘러 소년은 노인이 되어 밑동밖에 남아 있지 않은 나무에게 찾아온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준 나무는 그 소년에게 자신의 밑동 부분까지 내어주며 노인이 된 소년의 의자가 되어준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는 우리에게 진정한 희생과 사랑에 대한 교훈을 준다. 소년의 이기심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 짧지만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제목이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이 동화는 이기적인 인간 중심적 사고와 착취 구조를 묘하게 나무의 이타심으로 감추어 놓는 것에 성공했다. 만일 제목이 ‘무엇이든지 다 가져가는 소년’이었으면 독자들이 이야기를 읽고 느끼는 것은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즉 제목을 통해 관점을 전환시킴으로써 본질을 흐려놓아 제대로 상황을 보지 못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똑같은 내용이라도 제목이 ‘은혜 갚은 까치’가 아니라 ‘복 받은 나그네’라고 한다면 독자에게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사실 내용만 객관적으로 본다면 산림 자원이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지를 알 수 있을 뿐이다. 나무는 아낌없이 주지 않았다. 그저 인간만이 아낌없이 가져갔을 뿐이다.


 이렇듯이 제목은 글을 읽는 사람에게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기사 제목이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언론에서 이것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살펴보자. 최근 사드를 성주 내 제3의 지역에 배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기사가 보도된 바 있다. 같은 내용을 보수 측 언론과 진보 측 언론이 어떻게 다루는지를 한번 보자. 먼저 보수 측에서는 기사 제목을 <사드 배치, 성주군內 새 지역 추천하면 적합성 조사> 라고 내보냈다. 그리고 진보 측에서는 <박대통령 사드, 성주군 ‘내’ 다른 곳 이전 검토 가능> 라고 내보냈다. 명확히 다른 제목이 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한 번 해석해보자. 일단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성주군 ‘내’라는 표현이다. 보수 측에서는 그것을 한자로 표기해 놓았고 진보 측에서는 ‘내’라고 표기하면서 강조를 했다. 진보 측에서는 사드 배치가 결국은 성주군 안에 있다는 것이 변함없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번에는 뒤 문장을 보자. 보수 측의 문장을 두 개로 구분해야 하는데 ‘새 지역 추천하면’과 ‘적합성 조사’라는 문장이다. 이 경우 만일 다른 적합지가 ‘있다면’ 적합성 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진보 측에서는 ‘이전 검토 가능’이라고 표현하면서 실제 다른 곳으로 결정될 여지가 크지 않음을 시사했다. 정리하자면 보수 측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만일 지금 결정된 부지보다 더 적합한 곳이 있다면 배치 변경을 고려해보겠다’라는 것이고 진보 측이 말하고 싶었던 것은 ‘결국 같은 성주군 내에서 변경되는 것이기에 큰 의미가 없다’라는 것이다. 이래서 언론보도는 양 측의 이야기를 다 들어봐야 한다.

 


이와 비슷한 예를 하나 더 보자. 최근에 30대 남성이 초등학생인 의붓딸을 수차례 성폭행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사건이 있었다. 같은 기사인데 하나는 제목이 ‘초등생 의붓딸 성폭행 30대 남성 긴급체포’였고 어느 하나는 ‘초등생 의붓딸 성폭행 30대 탈북자 긴급체포’였다. 더 재미있는 것은 양 기사에 달린 댓글이었다. 전자의 경우 주로 한국의 치안 문제, 아동 학대 및 재혼 시 아이들의 양육문제에 관한 댓들이 주를 이루었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대북관계, 탈북자 범죄 문제에 관한 댓글이 주를 이루었다. 정책학에서는 의제 형성 과정에 대한 논의가 있다. 그 중 외부주도형(outside initiative model)이란 모형이 있는데 이는 의제 형성의 촉발 원인을 외부(시민단체 등)에서 찾는 것이다. 즉 외부주도 모형은 정부 조직 밖에 있는 비정부 집단 등에 의하여 정책문제가 제기되고 이것이 국민들의 쟁점으로 확산되어 그 여론의 압력에 의해 정부가 공식의제로 채택한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특별한 사건에 의해 촉발되는데 그런 사건은 언론을 통해 드러나게 된다. 정리하자면 비정부 집단이 위의 두 기사 중에 어느 것에 주목하느냐에 따라 인식하는 문제가 달라지고 따라서 정부의 해결 방안도 달라진다는 것이다. 바로 우리 국민이 언론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다시 옛날이야기로 돌아오자. 만일 우리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단지 나무의 이타적 희생이라는 관점에서만 바라본다면 이 사회는 바뀌지 아무것도 않을 것이다. 인간의 무분별한 환경 자원의 개발을 나무라는 ‘무생물’의 아름다운 희생으로 교묘하게 포장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물론 정작 이 이야기는 이타적으로 행동하자는 것이라기보다는 소년의 이기심을 나무의 이타심과 대조하여 자기희생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사실 이야기의 원래 제목은 The giving tree, 즉 그냥 ‘주는 나무’였다). 단지 제목이 사람의 인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려는 의도로 조금은 비꼬아 해석했다. 아무튼 우리가 조금 더 포장의 눈속임에서 벗어나 사실 관계 자체에 대해 주목할 때야 비로소 사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다. 아낌없이 주지 말자. 그 대신 왜 줘야 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자. 그 의문들을 통해 거꾸로 소년에게 교훈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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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이야기 - 황금알을 낳는 오리(배를 가른 오리 다시 살리기)


줄거리 : 어느 가난한 농부가 거위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런데 이 거위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거위는 하루에 하나씩 황금알을 낳았다. 농부는 황금알이 늘어날 때마다 부자가 된다는 생각에 뛸 듯이 기뻤다. 그러나 농부는 하루에 하나씩만 알을 낳는 거위가 못마땅했다. 농부는 거위 뱃속에 더 많은 황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결국 거위의 배를 가르기로 했다. 농부는 거위의 배를 갈랐지만 결국 그 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최근 포켓몬 고가 큰 이슈다. 이 게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지명수배자가 스스로 경찰서에 들어가는가 하면 속초 시장이 홍보를 위해 스스로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의상을 입고 나오기도 했다. 먼저 '포켓몬 go(Pokémon Go)'란 나이앤틱(Niantic)이 개발한 증강현실 모바일 게임이다. 2016년 7월 6일 미국 등에서 출시되어 7월 16일 기준으로 총 35개 국가에서 정식 출시되었다. 이용자의 현실 공간 위치에 따라 모바일 기기 상에 출현하는 가상의 포켓몬을 포획하고 훈련시키며 다른 사용자와 대전을 하고 거래도 할 수 있다. 한편 포켓몬이란 ‘주머니 속의 괴물’이란 뜻인 ‘포켓 몬스터(Pocket Monster)’의 줄임말로 1995년 일본 닌텐도에서 개발한 롤플레잉 게임과 그 게임을 바탕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통칭하는 말이다. 포켓몬은 이후 문구류, 의류, 영화, 캐릭터 상품 등으로 만들어져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문제로 한국에서는 서비스가 되지 않던 차에 마침 속초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소문을 듣고 전국에서 속초로 몰려드는 사태가 빚어지고만 것이다.


 뒤늦게 이와 관련한 뉴스와 분석 등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는 포켓몬 고에서 사용된 기술이 이미 한국에서 몇 년 전에 개발되어 얼마간 상용화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즉 증강 현실 기술은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충분이 활용 가능한 기술이었다는 말이 된다(증강현실과 가상현실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은 자신(객체)과 배경·환경 모두 현실이 아닌 가상의 이미지를 사용하는데 반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현실의 이미지나 배경에 3차원 가상 이미지를 겹쳐서 하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기술이다). 결국 그렇다면 이런 차이는 어디서 나왔는가? 바로 콘텐츠다. 이번 경우는 기술의 중요성 보다는 콘텐츠와 그 사업화에 성공 요인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 국산 캐릭터인 ‘뽀로로’를 활용하여 증강 현실 기반 게임을 만든다고 한다. 포켓몬 고의 성공요인이 무엇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고 있는 발상이다. 포켓몬이 갖고 있던 애초의 콘텐츠 컨셉이 포획과 대결이었기에 가능했던 성공이지 단순히 콘텐츠의 결합 문제로 오해를 하고 있다면 평생 포켓몬 고의 뒤만 바라보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도 포켓몬 go 같은 것, 예를 들어 뽀로로 go 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뽀로로라는 컨텐츠가 갖고 있는 컨셉에 어울리는 새로운 증강현실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슷한 일은 이제 한국에서 하루 이틀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언가 아이템이 발굴되면 박수를 치며 황금알을 기다리다가 결국은 배를 가른다. 그리고 옆집 오리를 보고는 죽은 오리 배를 애써 꿰매려고 노력한다. 애초에 문제의 원인을 잘못 파악했기 때문에 처방이 옳을 수가 없다. 필자가 조심스럽게 향후 1년 이내에 일어날 일을 예측한다면 다음과 같다.

① 포켓몬 고의 열풍으로 말미암아 한국형 포켓몬 고의 개발을 위해 정부에서 관련 예산을 확대하고 배분한다.

② 많은 기업들이 해당 보조금 및 지원을 받기 위해 우후죽순으로 관련 사업에 지원을 한다.

③ 지원을 받은 많은 기업들이 한국형 포켓몬 고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각종 규제에 부딪힌다.

④ 점점 관련 개발은 진척이 안 되고 시간만 흐른다.

⑤ 막상 게임이 출시되었으나 이미 더 높은 수준의 게임이 출시되어 경쟁력을 상실한다.

⑥ 이로 인한 예산이 얼마나 낭비되었는지에 대해 기사가 나온다.

⑦ ⑤에서 나왔던 새로운 게임의 유행 때문에 ①부터 다시 반복함.

 

왜 이런 예측이 가능하냐면 콘텐츠 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는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규제의 완화고 나아가 정책의 일관성이기 때문이다(물론 포켓몬 고의 경우는 지리정보시스템과 관련하여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일례가 바로 ‘셧다운제’다. 셧다운제란 16세 미만(도입 당시 18세)의 청소년에게 심야시간의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제도로 밤 10시가 되면 16세 미만은 자동으로 게임을 할 수 없게 하는 정책이다. 현재 제도 도입 5년 만에 폐지가 거론되는, 정확히는 보호자 선택제로 바뀌는 이 제도와 관련해 웃지 못 할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2012년에 프로게이머 이승현 선수는 프랑스에서 개최된 스타크래프트2 게임 대회에 16세의 나이로 한국대표선발전 준결승전에 진출하게 된다. 외국 시청자가 많고 해외에서 펼쳐지는 경기였기에 심야시간에 개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서 이기면 한국대표로 선발되며 또한 500달러의 상금을 받을 수 있었다. 워낙 한국이 게임 강국이었기 때문에 해외 시청자가 약 일 만 명이나 되었었다. 그러나 실수(?)로 이승현 선수는 자신의 아이디를 사용했다. 경기 막판에 밤 10시가 가까이 되었고 이승현 선수는 마음이 급한 나머지 무리수를 두다가 결국 패배하게 되어 선발전에서 탈락하게 되었다(이승현 선수는 그로부터 2년 뒤 당당하게 세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다). 당시 중계를 보던 외국인들은 당황스러운 상황에 어이가 없어 했다. 단순히 그 당시 경기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스스로 한국이 게임 강국이라고 말하며 E-SPORTS 육성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던 시기였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즉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던 셈이다.

 


게임 산업은 한국에 있어 황금알을 낳는 오리였다. 그러나 현재 국산 온라인게임은 점차 사양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 고유 콘텐츠의 부재, 각종 규제 그리고 기업의 단기적 시각에 의한 무리한 수익 구조 형성이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 특히 기업의 무리한 수익 구조 형성은 확률형 게임 아이템의 무분별한 양산을 가져오게 되었고 이는 결국 또 다른 규제를 불러오는 원인이 되었다. 결국 우리는 스스로 오리의 배를 가른 것이다. 그리고는 지금에 와서야 다시 배를 꿰매서 살려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다. 필자가 얼마 전에 일본에 다녀와서 느낀 것이 있었다. 가장 부러운 것은 그 콘텐츠의 풍부함과 이를 이용한 사업화였다. 필자가 느끼기에 일본은 상상력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그것이 바로 일본이라는 국가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 같았다. 수익을 위해 콘텐츠에 대한 모든 규제를 풀고 또 사업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모순적인 정책을 통해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상태 때문에 예산을 낭비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죽은 오리는 살릴 수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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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 한 마을에 의좋은 형제가 있었다. 형제는 가을이 되자 추수를 하고 각자 논에 볏가리를 쌓아 놓았다. 형은 동생이 결혼해서 쌀이 더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는 밤중에 몰래 논으로 나가 자기 볏가리를 덜어 동생 볏가리에 쌓아 놓았다. 그날 밤 동생은 생각하기에 형은 식구도 많으니 쌀이 더 필요할 거라 여겨 밤중에 나가 자기 볏가리를 덜어 형의 볏가리에 쌓아 놓았다. 이튿날 논에 나가 본 형제는 깜짝 놀랐다. 분명히 지난밤에 볏가리를 옮겨 놓았는데 전혀 볏가리가 줄어들지 않았던 것이다. 이튿날 밤에도 형제는 같은 행동을 했고, 셋째 날에 밤에 서로 마주친 형제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줄거리와 같이 형제들이 지금 저런 행동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현행법 상 형제간 재산 증여 시 공제액은 일천만원까지다. 밤새 겨우 볏가리를 서로 날라봤자 일천만원이 되지 않으므로 이 경우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형제의 행위는 소위 ‘상호출자’에 해당한다. 상호출자란 A사가 B사에 출자(出資 : 자금을 내다)하고, B사가 A사에 출자하여 자본을 교환하는 방식으로서 그 결과 두 기업이 서로의 주식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주로 기업집단의 계열사 간에 행해진다. 만일 A사와 B사가 각각 10억의 자본금을 지니고 있는데 A가 B사에 5억, B는 A사에 5억을 출자하게 된다면 실제로 돈은 오고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장부상으로는 A사와 B사의 각각의 자본금이 15억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런 행위는 경영권 방어에 유리하기도 하지만 부실기업을 양산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다(최근 기준을 10조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래서 생긴 것이 바로 ‘순환출자’방식이다. 순환출자란 한 그룹 안에서 A기업이 B기업에, B기업이 C기업에, C기업은 A기업에 다시 출자하는 방식으로 그룹 계열사들끼리 돌려가며 자본을 늘리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는 상호출자 방식의 편법으로 볼 수 있고 우리나라의 많은 대기업들이 이를 행해왔다. 하지만 순환출자의 많은 문제점으로 말미암아 신규 순환출자 금지제도가 2014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번에 더불어 민주당이 경제민주화 입법의 하나로 대기업들의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즉 유예기간을 주고 기존의 순환출자구조까지도 해소하라는 것이다(이에 대한 다른 방법으로 지주회사라는 개념이 있지만 여기에서는 설명하지 않겠다).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얘기하도록 하겠다. 다만 이 논의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에 대해서는 최근 롯데의 ‘형제의 난’ 사태로 알아보도록 하자.

 


재작년에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격호로부터 롯데의 모든 직위를 해임당했다. 신동주 부회장은 누나인 신영자 이사장과 함께 아버지를 설득해 경영권 탈환을 시도했고 결국 신격호 회장은 신영자 이사장 및 신동주 부회장과 함께 일본으로 돌아가 차남인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을 포함한 이사 6명을 해임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은 해임 다음 날 해임결정이 불법이라며 아버지 신격호 회장을 강제 해임시키고 해임 결정도 무력화했다. 이후 계속된 신동빈 회장의 승리로 경영권이 굳혀지나 싶었지만 대대적인 검찰 수사의 시작으로 인해 신동주 부회장이 재기를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예는 또 있었다. 두산 그룹의 ‘형제의 난’이다. 2005년 장남인 박용곤 명예회장이 차남인 박용오 회장의 그룹 회장직을 셋째 박용성에게 넘길 것을 요구하자 박용오 회장이 '두산 그룹 경영상 편법 활용'이라는 진정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두산그룹의 비자금 및 기업 자금 횡령에 대해 밝혀내고 두산 관련자 3명을 불구속 기소하였다. 경영권 다툼으로 형제들을 고발한 이 사건으로 박용오 회장은 가문에서 제명되었고 이를 비관하여 2009년 자택에서 자살하였다. 대기업의 형제 경영권 갈등은 이뿐만이 아니라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금호아시아나, 대성 등에서도 나타났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대기업의 형제간 갈등이 많은 걸까.

 


바로 주식회사가 개인의 소유라는 생각을 전제로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도 기업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왜곡된 경영구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소위 족벌 경영이다. 실제로 롯데의 경우 신격호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한국 롯데그룹의 지분이 0.05%에 불과하며 여기에 신동빈 회장 등 롯데 일가 주식을 전부 끌어 모아도 전체 지분은 겨우 2.41%다. 3%가 안 되는 지분을 갖고도 자신의 소유처럼 행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순환출자(롯데의 순환출자는 67개로서 전체 대기업 순환출자의 약 70%를 차지함)를 통한 계열사 지배였던 것이다. 더불어 민주당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순환출자 해소 법안이 배경이 여기에 맞물려 있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순환출자는 기업의 자금 조달을 용이하게 하며 외국 기업의 적대적 M&A를 방어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계열사 간 협조를 긴밀하게 만들어 경영의 효율성을 꾀할 수도 있기에 기업의 자연스러운 진화이며 따라서 외국에서는 순환출자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다. 그러나 순환출자 구조는 폭탄돌리기와 비슷해서 연쇄부도의 위험을 항상 갖고 있으며 계열사 간 협조는 다른 말로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이기에 대기업의 배타적 독점구조를 심화시킨다. 무엇보다도 주식회사에 대한 일개 개인의 지배를 가능하게 만든다.

 


의좋은 형제 이야기는 실제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의가 좋은 것과는 별개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앞서 보았듯이 형제를 갈라놓기에 이른다. 현재 대한민국의 경제 상황은 대기업에게 많은 부분을 대해 고민하라고 요청하고 있다. 금융의 국제화라는 관점에서 국내의 대기업들의 사회적 도리에 대해 얼마나 진지하게 고민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금의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정부는 기업에게 일정한 책임과 의무를 물을 수 있으며 그 정부는 바로 우리 국민이 세웠다. 따라서 어쩌면 이 문제는 대기업이 고민해야할 문제인 동시에 우리 국민 각자가 고민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이번 법안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해 한번쯤은 관심을 가져볼만한 사안이다.


 

Posted by 독방의무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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